군대에서 내 동기가 제일 듣기 싫어했던 말이 하나 있다.
여기서 잘하는 얘들이 밖에서도 잘한다고.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했다.
그친구는 나름 손꼽히는 대학의 고학력자였지만 본인이 잘났다고 생각해서인지 영 적응하지 못했다.
일명 "짬순"으로 나열되는 이 계급사회에서 본인이 해야하는 일과 하지말아야 하는 일들, 그것을 구분짓는 것
자체에 대한 큰 환멸을 느끼는 듯 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아는 스토리이지 않을까? 그런 얘들이 병장이 되고 나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나때는....
결국 본인이 부조리를 없앨 혁명가처럼 굴더니. 온갖 병신같은 부조리를 다 하고 전출 엔딩을 맞았다.
전역하고 4개월 차, 사람을 가려 만나는 내가 아직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군대 동기들. 다들 한딱까리 하고 씹에이스 소리를 들었던 친구들. 잘 살고 있을까?
사실 전역했다고 해서 바로 성과가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사회적 약자가 분명한데. 어딜가도 짬찌이고 어딜가도 고생길이 훤하다. 그렇다고 해서 길이 안보이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들 모두 내가 인정했던-어딜 가서도 잘 할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중학생때부터 알바를 했다.
키가 190이 넘는 러시아 형이랑 같이 철근을 나르기도 했고,
편의점 야간알바, 1인용 책상에 10가지가 넘는 반찬을 아주 낑겨넣다시피 하는 작은 식당 홀알바
카페알바, 호텔알바, 투어가이드, 각종 축제 알바, 마스크공장, 페인트칠, 우버이츠, 교통정리, 호스텔 매니저, 건물청소, 오사카 역 안내알바, 이케아 경비 알바
일일이 나열하자니 이제 기억도 안나네.
여튼 이렇게 다양한 알바를 해 본 내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마침내 유레카를 외치게 된 한국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사고체계)- "짬순"을 깨닫고 정말 많은 정신적 성장과 한국사회의 이해를 얻었다.
그래서 조금은 도움이 될 까 싶어 이 글을 작성한다. 알바도 경력을 구하는 더러운 세상이기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천천히 경험하며 파악하기에는 너무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어린 친구들이 안타깝다.( 꼭 어리지 않아도 일을 해보지 않은 형 누나들도...으례 일머리가 없다며 쿠사리를 먹고 세상 더럽다며 하소연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먼저 어떤 일을 하든 구조를 파악해야한다.
그 일이 어떤 일인지 간단한 싸구려 표현으로 후려칠 수 있어야한다.
호텔?--> 돈 받고 재워주는거네
식당?--> 밥 주고 돈 받는거네
카페?--> 돈 받고 음료 주는거네 디저트도 주고
등등 이렇게 간단히 그 전체 일을 후려치는 것은 뭐,,,어린 친구들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려치는 과정을 거쳐서 큰 구조에서 작은 구조로 점점 좁혀나가야 자신의 짬에 맞는 1인분의 역할과 그 밖의 굴러가는 상황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뭐든지 일단 전체를 보는 눈이 있고 그 다음에 좁혀 나가야한다. 그래야 내 역할이 보인다.
저렇게 싸구려 표현으로 그 사업을 후려치고 나서 두번째로 할 것은
그 중에 숙련자가 해야 하는 일과 짬찌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한다..
보통 처음 들어온 알바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어려운 일을 시키는 곳은 많이 없다.(물론 처음부터 어려운 일을 시키는 블랙도 있지만 그런 개같은 압력상황 스트레스상황을 견디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보자....긍정마인드로..)
그럼 이제 갓 들어온 짬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 일이 자신의 역할임을 알았을 것이다. 또한 숙련자가 일을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은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항상 시야에 와드를 박고 신경을 놓지 말아야한다.
이 부분이 이해가 안돼는 사람이 있을까봐 예시를 들자면,
커피머신으로 원두를 뽑는 커피숍에서 내가 갓 짬찌로 들어왔고
난 아메리카노를 뽑을 순 있지만 라떼나 카푸치노를 만들 수는 없다.
그럼 내가 하는 일은 아메리카노를 치는 일 수준 일 것이다.
하지만 카푸치노 주문이 들어온다면 잔에 샷을 넣거나 우유섞는....통에 우유를 담아두는 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나는 아메리카노를 치면서 선임이 빨리 라떼를 만들 수 있는 준비과정에서 내 손이 도울 필요가 있다면 돕는 것이다.
이런 식의 구조는 짬찌는 일을 더 많이하고 조금 쉬며, 피곤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왔다면 알 것이다
짬차는데까지 버티면 짬찌생활은 짧고 편하게 보내는 미래가 있다.
게다가 짬찌생활을 잘해서 에이스로 눈독들이게 되면 당당하게 쉬거나 띵까띵까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성보다도 그 사람이 일을 시간안에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중요한 원칙들을 몇가지 소개하기 전에 하나 더 !
'일' 이라는 것은 돈을 만들어내는 행위이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이 간과하는 것은 항상 '시간' 이다.
보통 자기 시급이 얼마인지는 신경 쓰면서 어느시간 안에 일을 끝마쳐야 잘하는 건지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이 있다.
어떤 일들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 있는가하면 어떤 일은 내가 정말 짧은 시간안에 더 많이 팔 수록 좋은 일이 있다.(대표적으로 박리다매형식의 모든 아이템)
그렇다면 그 일이 추구하는 것은 퀄리티가 적당한 일이 되고, 나는 적당한 퀄리티에 적당한 시간 안에 일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것도..뭐 체험을 해서 더 잘 알게 되길 바란다.
그래서 알바가 처음이라면, 한국 사회가 처음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사고 체계 3가지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마쳐보겠다.
1. 짬순. 정말 어딜가도 통하는 기적의 논리. 아무리 멍청한 사람도 선임은 선임이다. 내가 모르는 걸 그가 알 것이고 그가 내가 사장과 보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멋있는 능력있는 사람이어도 구멍가게에선
"같이보낸 세월= 신뢰" 라는 것을 잊지말자. 짬찌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내 역할이되, 선임을 서포트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실 내 일보다 선임 일 서포트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기억하자. 그걸하고 내걸 하자구.
2. 중요하고 급한거
안중요하고 급한거
중요하고 안급한거
안중요하고 안급한거
본인이 일을 하고 있다면 실시간으로 이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아까 말했듯 일에서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
중요하고 급한건 당연히 누구나 우선순위에 둘 것이다.
하지만 안중요하고 급한것과
중요하고 안급한 것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망설임이 있을 것이다.
이 때 다시 상기해야 하는 것이 그 사업을 싸구려 문장으로 후려쳤던 그 큰 구조이다.
카페? 돈 받고 음료 주는 것
호텔? 돈 받고 방 내주는 것
이런 큰 구조속에서 내가 해야될 일을 생각해보자. 뭐든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돈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고
내가 뒷정리를 해야한다거나 다른 일을 해야한다고 해도 만약 돈을 받지 않았다면 그 모든 일을 다 해도 말짱 꽝이다.
큰 구조속에서 안중요하고 급한 것과 중요하고 안급한 것 사이의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하지만 보통 짬찌한테는 중요한 일을 시킬 때는 중요하다고 말해줄테니 지금 당장 선임이 이곳을 정리해라 라고 했어도
사장이 저기 음식 안타게 보고 있어라 라고 좀 전에 말했다면 음식 안타게 보고 있는 것을 더 중요시 하는 것이다.
3 사고 안치는 사고방식
해야하는 일- 짬찌는 시다바리나 선임 보조 뭐든 내가 윗사람한테 좋게 보일 수 있으면 할려고 노력해야한다.
그래야 빨리 인정받고 적응하고 편해진다.
하지말아야 하는일
해도되나? 싶으면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똑같다. 확신이 없으면 하지 마라. 짬찌 때는 너무 주체적으로 움직이려는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주체성을 죽여버리고 나서 짬 차면 왜 사장처럼 굴지 않냐고 생각들 하지. 시행착오를 받아들일만한 너그러운 사회가 아니기에 시키는 일만 잘하면서 주체적 사고방식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사회가 이런데 뭐 어떡해.
해도 되는 일
이건 뭐 천천히 알아가면 된다. 처음엔 하면 안됀다고 가르치더니 자꾸만 선배들이 한다?
짬 차고, 내가 회사에 있어 정말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면 어느정도까지는 감안이 된다는 것이다.
일의 스타일이 남들과 달라도 상관없고 작게 작게 해도 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추가로
커뮤니케이션
어느 직장이든 그곳에서 편히 쓰는 줄임말이나 혹은 사장만의 워딩이 있을 수 있다. 혹은 선임.
개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신입이 인기가 있다. 하지만 정말 살면서 한번도 들어본 적 없거나 사장 혹은 선임의 발음이 너무 안좋아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못알아듣겠다 싶을 때가 많이 있다.
또한 제대로 들었어도 아직 돌아가는 상황 파악이 잘 안돼면
그게 어떤 목적의 말인지 도무지 모를 때가 있다. 상황파악이 잘 되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요지를 파악한다.
그래서 외국인들도 한국어 못해도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말의 요지 파악을 잘 못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한 번 더 물어보자. 괜히 모르는데 어설프게 손대고 두번 일 보게 만드는 것 보다 훨씬...낫다.
또한 사장 말을 못알아 들었으면 선임한테 자꾸 물어봐서 그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익히도록 하자.
나는 보통 짬찌때는 그냥 뭔 소리인지 못알아듣는 것은 거침없이 선임한테 질문한다. 저게 뭔소리래요? ㅋㅋㅋ
일의 방식.
어떤 일들은 사람마다 스타일이라는게 있는 일들이 있다.
예컨대 카페로 치면 어떤사람은 컵을 올려두고 막대로 섞고 어떤 사람은 컵을 잡고 막대로 섞을 것이다.
선임 입장에서는 내가 어떤 스타일로 하든 일하는게 어설프고 불안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떤 선임은 잡고 하라고 하고 어떤 선임은 그냥 놔두고 하라고 한다. 그럼 그 선임들하고 일 할 때마다 방식을 바꾸는 짱구를 굴려야할까? 그게 가장 이상적일 수도 있다. 짬 찰 때까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정석적인 방식대로 하더라도 감각이 익숙하지 않으면 실수를 한다.
그 사람들 모두 자기 방식으로 익숙해져 있기에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아직 감각이 부족해서 이방법이든 저방법이든 실수도 하고 어설퍼 보이는 것이다.
그때마다 그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하지 않는다고 쿠사리를 줄 것이다. 자신이 알려준 방식대로 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최대한 더 상급자의 방식을 따라라. 그리고 선임이 또 쿠사리를 주면 사장님이 이렇게 알려주시던데요?
라고 하던지 해야지. 밑에 사람의 일처리에 계속 간섭하고 못마땅한 사람은 그 뒤로도 계속 간섭할 것이고 나는 그런것들을 신경쓰느라 더 빨리 익숙해지지 못하고 그 모든 새로운 정보와 환경이 혼란스러워지기만 하는 것이다.
물론 머리가 똑똑한 사람이라면 이정도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지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 생각은 절대 못한다더라..
오더의 순서.
이것도 비슷한 결인데 마찬가지..
주먹만한 회사에서 부장급과 사장급은 엄청 차이가 안날 수도 있다. 어쩌면 공동 창업자일 수도 있고
하지만 어쨌든 시킨 일의 우선순위를 따지려한다면 무조건 상급자순이다. 이걸 알아야한다.
이건 뭐..다들 알겠지만...
아! 하나 추가
혹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던가
내가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안잡힌다던가 하는 사람들에게 한가지만!
어벤져스에서 캡틴이 엘리베이터에서 싸우는 씬에서 하는 대사가 있다.
I can do this all day!!
난 하루종일도 싸울 수 있어!
이 대사에서 번뜩임을 얻어야한다.
난 내가 생각해도 평균치보다 지식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짱구를 잘 굴리는 머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서 내가 머리쓰는 직업으로 먹고 살려고 할까? 물론 뭐든 머리 안쓰는 직업은 없다.
그러나 나는 책상에 하루 10시간씩 앉아있는 것은 도무지 못하고
하루 2시간씩 뛰라 그러면 차라리 그게 낫겠다고 할 사람이다.
즉 하루종일 몸쓰는 일 하는 것은 그럭저럭 버틸 만 한데
앉아서 컴퓨터보고 머리싸매고 10시간씩은 못있는다는 소리이다.
그럼 제아무리 짱구굴리기가 특장점이라고 해도 몸 쓰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일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기에
짧은 시간안에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종일 그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정신체력 혹은 육체체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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