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누구나 개성이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사람만의 노하우나 스타일도 있다.
근데 일이라는 것 자체는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겪어온 여러 아르바이트들 말고도 세상에는 일이 참 많지만, 뭘 만들거나, 만들어진걸 떼다 팔거나, 만들어진걸 떼다 파는 걸 잘 팔게 하거나 이런식으로 후려치면 사실 크게는 비슷한 영역으로 묶이는 것 같다.
난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한 아르바이트에서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계단청소라니,, 심지어 군대에서 하는 것 보다도 무성의한듯 훑고 내려간 그 4층 계단 10분에서 15분.
그걸로 오전만 일하고도 보통 직장인 월급의 2배를 버는 그 사장을 보면서 참 일이라는게 뭘까 싶었다.
물론 그 안에는 남들은 모르는 노하우와, 돈이 될 것 같지 않는 것을 잘 엮어 틈새시장으로 개척해낸 꼼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단순히 생각해서 말이 안돼지 않는가. 본인이 하면 돈주고 절대 안맞길것같은 서비스로 돈이 된다니.
그치만 단순한 시장논리다.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하면 된다.
제 아무리 멋있는 디자인으로 포스터를 만들어도, 세상에서 제일 천재적인 게임을 만들어도, 결국 아무도 안사면 그만인 것.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별 거 없어보이는 일도 누군가가 돈을 주고 맡기면 그때부터 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또 마냥 단순한 것은 아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어느정도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최소한의 필요를 충족하거나
보통의 사람들이 이미 큰 시장이 형성된 정도로 많이 필요로 하거나 둘 중 하나는 무조건 해야한다.
근데 사람들이 필요로 한다는 일이. 썩 대단치가 않아보인다.
이제 막 생겨난 스타트 업 서비스들은 그나마 뭔가 있어보인다. 새롭고, 뭔가 시장을 개척하는 느낌도 들고.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살면 무조건 있어야 하는 서비스, 마트나 과일가게, 타일장사나 화장실 수리같이 그냥 꼭 필요한 일.
이건 왠지 너무 충족된 세상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시시해보인다.
그렇지만 저런 분야를 규모를 가지고 시장을 먹은 사람들이 진짜 부자다. 필수재들,, 남들 다 필요한 부분들. 칫솔치약회사 사장, 노트북 회사 사장, 책상회사 사장, 타일회사 사장, 공중화장실 변기회사 사장. 다 엄청난 부자일거다.
심지어 그 후발주자도 부자고, 3등주 4등주 순서대로 천번째 회사 사장도 잘 살 거다.
그리고 그정도 순번까지만 하는데는 세계 최고의 마케팅도 세계 최고의 실력도 필요없겠지.
근데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서 무슨 일을 하다보면, 적응되서 이제 좀 잘한다, 1인분이상 하는 것 같다 싶으면 참 시시한 마음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이런게 아닌데.. 같은. 그럼 일은 일로하고 일 외에 내가 하고싶은걸 하면 되잖아? 그것도 아니다. 그렇게까지 하고싶은 마음도 없는주제에 그냥 인생이 재미없다고 푸념하는거다.
근데 남들이 필요로 하는 일은 그 퀄리티가 조금 떨어져도 돈을 벌 수 있지만
남들이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돈을 낼려면 도대체 얼마나 퀄리티가 높아야할까.
얼마나 매력있어야 하는걸까.
일상을 지지하는 영역이 아니라, 좀 더 창의적인, 좀더 사치의 영역같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다면.
예컨데 컨텐츠를 만들어서 돈을 벌고 싶다면...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필요하지도 않는데 '필요'한 것 처럼 보이는 영역에 들어갈지 감이 안잡힌다. 그런데도 '필요'로 하니까 '필요'한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나에게...
뭔가 대단한, 그 너머로 나아가고 싶은 나에게.
고집이라도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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