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s not your friend

문화적 선구안을 가진다는 것에 대해- 고 김수남 사진가

rowmale 2022. 8. 3.

어느날 일하고 있던 호스텔에서 외국인 친구 몇몇을 안내하며 산지천 갤러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 막 돌아온 지 얼마 안된 시점의 나에겐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걸로 치부될 수 있는 행위들을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명맥을 이어오고, 또 그것을 소중하고 신성시 하는 자세가 사람들을 매료해 돈을 지불하며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킨. 그런 일본의 이곳저곳의 면모들을 보고 온지라 급발전한 나라가 전통을 얼마나 등한시 했는지 아쉬워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하는, 그런 전통기술들을 조금만 현대식으로 개최하거나 조금만 더 존중을 표하고 관심을 가지면 그토록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돈을 지불하고, 그로인해 생산성이 떨어져보이는 전통행위들도 그 명맥을 이어가는 이런 좋은 싸이클이 너무 부럽기도 했다.

 

와중에 제주의 문화를 알아보다가 무속신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김수남 사진가 사진 -연합뉴스

 

무속신앙, 샤머니즘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러한 종교적이고  신비로운 행위들은 주류의 종교가 명확한 어느 나라에도 조금씩은 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섬나라의 무속신앙은 그저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는 무속신앙과는 다르다.

그것은 그들의 전통이기도 하고, 그들의 깊은 뿌리이기도 하다.

곤경에 처할 때마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고립된 섬만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길 바라며 찾았을 그 수 많은 신들은 섬 곳곳에서 사람들의 의지를 받았을 것이다.

또한 그 폐쇄적인 환경이 기독교나 불교같은 더 주류인 종교들이 쉽사리 전도되지 않고 조금 퍼지는가 하다가도 그들은 다시 어떤 계기로 엄마에게 돌아가듯 다시 자신들의 뿌리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도, 제주도. 일본은 그나마 불교가 크게 자리를 잡고 있다지만 일본에 살면서 한국인이 다니는 교회말고는 교회를 좀처럼 보지 못했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1920년대의 미신타파 운동같은 근현대사에서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아우르면서도 꾸준히 무속신앙과 미신을 배척해 왔음에도 아직까지 제주에는 그 명맥을 이어오는 무속신앙들이 풍속이 되어 이어오고 있다. 

 

 

김수남 사진가의 제주 영등굿 사진-역사 문화 라이브러리에서 퍼옴

여하튼 이러한 얄팍한 배경지식을 두고 나는 전시를 천천히 둘러봤다..

김수남 사진가의 약력과 여러 글들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이미 빠르게 발전한 사회의 모습 속에서 그것이 뒷전으로 미뤄둔 것들이 눈에 보이지만, 김수남 사진가가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나라의 풍속에 관심을 가질 때(1970년대)는 어떻게 이것들을 조금이나마 기록하고 지켜야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특히 그는 단지 그의 고향인 제주의 풍속과 문화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전국으로,  더 나아가 다른 아시아의 나라들까지 확장하여 그들의 풍속과 샤머니즘을 사진으로 남겼다.

김수남 사진가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풍속들이 그의 사진으로만 엿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어떻게 급발전하는 동아시아에서 풍속들이 사라져갈지 내다보고 기록했던 그의 선구안과 또 사명감이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발전하면서도 자신들의 오래된 모습을 간직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겼던 일본의 모습또한 신기하다. 그래서 언제나 난해하게 생각한 일본의 보수성과 개방성의...양립은 섬나라의 문화적인 특징인건가 싶기도 하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을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또 이런 문화에 관심을 가지다보면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 짐작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피부로 느끼고 있는 모습들은 10년 20년이 지나면 소외된 많은 것들을 마침내 사라지게 하고 우리가 자주 쓰던 것들만 살아 남아있게 될거니까.

 

그렇다면 지금의 삶의 모습들의  기록들도 언젠가 그리운 그리고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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