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아르바이트를 갔다. 공장에 아르바이트로 간 건 처음이라 규모가 있는 산업단지에 들어가는 기분은 뭔가 신기하다.
누군가는 이쪽 일을 하고 살겠지. 하고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내가 전방의 촌구석에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군생활을 했듯, 아 이곳은 또 다른 하나의 작은 세상이고, 엄청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구나. 하는 생각.
입구에서부터 뭔가 냄새가 났다.
살면서 한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 어릴 적 세탁소앞 호스에서 뽈뽈 나오던 수증기와는 또 다른, 미묘한 단맛이 도는, 녹말이 들어간 바퀴벌레 약같은 느낌? 여하튼 유독해보이진 않았지만 아는게 없으니 걱정될 수 밖에.
대단한 일은 안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뭐하고. 작업 난이도는 군대에서 하는 작업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건강이. 수명을 주고 돈을 받은 느낌. 굴뚝마을 푸펠이 떠올랐다. 만화지만, 그 공장도시에서 너 어떻게 살았니..?
분진가루가 마스크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게 만들고, 아마 탄광에 들어가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기분.
그치만 탄광보다는 나을 듯. 앞은 보이니까. 눈에는...머.. 조금밖에 안들어갔다.
일전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35년간 지하실 폐지 압축공장에서 일해온 남자의 독백. 공장이 찍어 없애는 그 모든 문자들이 마치 남자의 머릿속에서 떠도는 듯 했다.
지하실 압축기앞에서 지난한 세월을 보내며 쩌들어 버린 그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표현하기위해 몇번이고 35년간 압축기를 돌렸다는 문장이 재반복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마 군대에서 집에 가고싶다 라고 수없이 내뱉던 그런 류의, 더 이상 하소연이 아니라 딴에는 트로피가 되어버릴 정도의 시간들. 단 1년도 줄이고 말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거겠지.
내용도, 문장들도 희미하지만 괴물처럼 돌아가는 압축기 앞에 앉아 있는 심정은 이번 경험으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거대한 산업용 기계가 돌아가고 그 앞에 앉아있는 기분.
경이로울 지경이지만 한편으로는 덧없는 기분. 덧없어 지는 건 그 앞에 있는 인간의 효용인가?
아니면, 그냥 예쁘게 디자인 되지 않은, 그런 원초적인 느낌의 기계가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덧없는건가.
멋진 축구운동화 이면에 있는 제3세계 갓난애기들의 바느질을 보는 느낌인가. 뭔가 굉장한데,
이런거구나 싶은. 뭐 여하튼 일용직 알바일 뿐이라 좀 더러운 곳에 있었다는 거다.
여하튼 이런 식의 사서고생은 아마, 한달에 한번 혹은 두달에 한번정도는 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야 또 과거의 좇같았던 경험들의 힘듬을 다시 몸으로 느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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