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P --> INTP 과도기의 기록
나는 아마도 평생을 ENTP로 살았다.
어릴 적 꿈은 발명가였고, 횡단보도만 지나가다 말을 걸어 모르는 사람하고 친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세상에 좋은 사람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부터는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 호의가 점점 바뀐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꾸준히 MBTI 결과가 INTP로 나오는데, INTP유형이 가지는 사회적 인식(물론 MBTI과몰입자 사이에서)
를 생각해 볼 때 별로 달갑지 않아, 되도록 다시 ENTP로 변했으면 하지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그 특성들에 맞게 고착화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내가 나를 봤을때)
아직까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나열하자면 이렇다
1. 말수가 적다. (나는 원래 관심분야에 말이 많은 편인데 관심분야가 거의 모든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넓고 얕아서 생각보다 대화에서 미끼를 낚을 요소가 타인보다 많은 편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말수가 많다. 하지만 신변잡기적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모르겠는 건 매한가지. 때때로 내가 싫어하는 전환 리액션이 나오기도 한다(나의 경우는~~) 근데 이건 내가 나르시스트 경향이라서가 아니라 신변잡기적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리액션을 해야할지 몰라서 나오는 경우.)
2.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든다. (나는 ADHD 이다. 그 중에서 하고있던 것을 멈추는 기능이 제일 떨어진다. 과몰입이 강하고 전환비용이 크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일하는 중에 사장님이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긴 하지만 사장님을 쳐다보지 않고 모니터를 쳐다보며 대답하는.....(이게 예의없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쉽게 딱 끊어내지 못한다. 그리고 사장님하고 얘기하고 나서 다시 내가 하던 일로 돌아갈때도 에너지소모가 매우 크고 어디까지 헀는지 한참 찾아야함.)
여기 깔짝 저기 깔짝 해대던 나의 지금까지의 삶에 비교해보면 점점 관심분야가 좁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한다. 이전에는 마치 갓 세상에 태어난, 지구에 막 도착한 이방인처럼 모든 것이 궁금했는데 가면 갈 수록, 내가 경험적으로 적립하여 관심없다고 확정난 분야라던가....아니면 뭐...어그로가 충분하지 않다던가 하면 크게 관심이 생기진 않는다. 물론 아직도 어그로에 잘 끌리고 호기심이 큰 것은 여전하다.
조금 일치해지는 부분
1. 집순이가 된다. 원래도 집순이이긴 했지만, 환기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자리에서 오래 있지 못하거나 역마살에 낀듯 여기저기 3개월 마다 이사다니던 시기가 있다.)
하지만 요즘은 환기....보다는 내가 해둔 세팅값(환경)등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래서 이사도 되도록 가기 싫고 내가 편하게끔 조정해둔 의자라던가 안바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바꼈을 경우 나의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2. 사람만나는게 너무 피곤하다. 이전에도 사람을 마악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만나고 와서 기가 빨렸다거나 지쳤다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1주 1약속을 원칙으로 깨고 싶지 않다.
1년이 52주니까 단순계산해서 52명의 친구가 있을 때 일주일에 한번씩만 만나도 1년을 채운다. 친구는 52명만
3. 외부보상에 대한 민감성이 확실히 낮아졌다.
이전에도 산에 들어가서 명상법을 공부해서 도사가 되겠다느니 했지만 그것은 반 개소리 반 진심이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속세와 멀어지고 싶은 욕망이 강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또........운명처럼 정해진 비참한 말로는 싫다.
최대한 저항정신을 가지고 저항해보겠다.
4. 팔로워 성향이 강해졌다.
원래도 리더타입의 성향은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과한 자기확신과 자신감 때문인지 어릴 적부터 너무많이 반장, 분대장, 친구들을 아주 끌고 다녔다. 그런데 그떄마다 느껴지는 책임감은 아주 극혐이었고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이젠 치가 떨린다. 내가 팀장이라니...........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이 암살단의 대장을 맡았는데 , 그 이유가 이전에 자기 상관을 쐈기 때문이었다.
즉, 리더에 어울려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마음에 안드는 리더를 공격하기 때문에 리더를 맡았다.
나 또한 그런 성향이 매우 강한 것 같다. 용꼬리보단 뱀 머리가 좋고, 뱀 머리보다는 뱀 목덜미가 좋다.
어중간하게 너무 팔로워도 아니고 리더도 아닌 독립적이지만 또 단체에 속한, 그런 포지셔닝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포지셔닝을 모든 관계에서 항상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아주 뱀 뒷다리정도로 강등되는 것도 내 마음이 편하지만 어중간한 경우에는 항상 뱀 머리가 되는 나의 처지가 매우 한탄스럽다. 내가 만족할 만큼 존경스럽고 따르고 싶은 리더가 뽷!! 하고 등장해서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5. 행동동기가 바꼈다.
그동안의 나의 행동동기는 '재미' , '자극'원툴이었다.
나는 누가봐도 '자극'에 대한 '반응객체'로 코딩되어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살짝 바뀌었다. 원래도 비판적인 성향이 강했는데 이제 그 비판이 외부에서 내부로 까지 확장되었다.
그 전에는 살짝 내로남불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가장 혐오스러운 대상은 나 자신이다.
이정도면 염세주의적 가치관으로 변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은 내가 ENTP 에서 INTP가 되는 결정적 계기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추측도 있다.
이전까지의 나는 '가능성이 있는 상태'의 나를 '젊은 나이'로 변명하며 자기합리화가 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과한 자기확신과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지만 이제 뚜렷한 성과없이 '25'살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더이상 내가 나를 합리화시킬 수 없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현실'에 가까워졌다.
이상은 높고 현실은 처참한데 현실이 가능성이 없다면 자기혐오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 내 이상이 높은가. 잘 모르겠지만 ......
즉 이제 나의 행동동기는 재미와 자극에서 혐오와 분노로 바뀌었다.
기존 타입의 경로의존성인지 뭔지 나는 아직도 내뱉는 말마다 농담반 진담반 개소리 개드립이 난무하지만,
기존에는 재미를 추구해서 개드립을 했다면 이제는 재미없는 상황을 혐오해서 개드립을 치게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내가 팀장을 맡았을 때,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때의 자기 혐오가 너무 커서 아무도 나를 뭐라 하지 않았더라도 더 채찍질 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1인분을 해주지 않는 팀원을 혐오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큰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인간관계를 중점으로 본다면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도 있지 않을까? 내로남불보다 자기 자신을 극도로 혐오하는 마음가짐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