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힌트

프로의 눈, 이데아

rowmale 2022. 12. 15. 15:14

어릴적 전기장판에 누워 멍하니 보던 오디션 프로그램들.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5명 6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무대에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퍼포먼스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은 한명 한명의 포즈가 어땠는지 역동적이었는지 표정은 어땠는지 피드백을 준다.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저렇게 많은 인원이 저렇게 다같이 움직이는데 그게 어떻게 보이지.

 

한명 한명 다시 돌려보기 했나. 

 

심지어 어떤 동작의 팔 각도가 70도여야 하는데 맞지 않았다던가.. 그런 세세한 디테일을 보는 눈이 정말 신기했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이렇게 되어야한다는 이미지가 옆에 그려지니까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 아닐까?

 

마치 카트라이더에서 내 과거 운행차량과 똑같이 달리는 것을 보면 내가 방금은 여기서 이렇게 달렸는데 하고 비교할 수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미생을 보고 있을 때도 떠올렸다. 오과장이 장그레에게 제무제표를 설명하며 숫자와 환율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와야한다고 말한다. 나는 읽는 것 조차 어렵고 쉼표가 없으면 무슨 단위인지도 모르는데, 애초에 사람의 눈으로 4개 5개 이상의 객체를 한번에 인지하는게 가능하긴 한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세계란 그런 것 같다. 그 형태의 차이. 이상적이라면 이래야하는 부분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분의 차이.

그걸 단박에 캐치할 수 있는 감각과 눈. 특히 디자인과 같은 시각적인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래야하지 않을까.

 

그랬더니 문득 유홍준 교수의 글이 생각난다.

 

내가 제주도에서 잠깐 동네 프리워킹투어를 진행 하던 때, 돌하르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그 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신 유홍준교수님의 글이 있었는데, 음 아마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돌하르방의 이미지는 사실 만들어진거고. 실제 돌 하르방들은 제각기 모습이 다 다르다.

돌 하르방 하나하나를 찾아가보면 어떤 하르방은 목이 짧고 어떤 하르방은 등이 더 굽었고 어떤 하르방은 코가 맹구처럼 크다.

이것은 같은 대상을 아주 미묘하게 다르게 표현한 것인데 그 차이를 자꾸 보다보면 예술을 보는 눈이 커진다 라고 한 듯 하다.

 

그럼 내가 디자인 공부를 위해 돌하르방 공원에 가서 돌하르방들을 매일 보며 어떤 느낌인지 보고 있어야 할까?

 

다행이게도 그렇지 않다. 나는 폰트를 주로하는 로고를 디자인하고 싶기 때문에 일단은 색깔을 배제한 체 같은 브랜드의 이름으로 폰트를 여러가지로 바꿔가며 시험해보면서 그 감각을 익히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무작정 폰트를 바꾸기보다, 실제로 브랜드에서 아니면 사회에서 로고에 많이 쓰이고 있는 폰트를 찾아서 그것들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왜냐면 그건 이미 세상에 검증되어 있고, 사용되고 있고, 주식으로 치면 거래량같은 확실한 지표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