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한국사회에 가지고 있는 나의 trust issue +돈벌이 회의감+선악에 대해

rowmale 2022. 10. 8. 11:42

나는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고,

내가 그동안 살면서 만나온 모든 좋은 사람들이 나의 그 믿음을 지탱해줬다.

아마 이런 나의 순수한 구석이 정말 절정이었던 경험은 일본에서이다.

나의 일본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인상을 짧게 묘사하자면,


드르르르, 캐리어를 끌고 도착했다. 이 건물이 맞나? 간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관에는 명확히
oo게스트하우스 라고 적혀있다. 나는 적당한 떨림을 가진 채 문을 열고 들어간다. 프론트에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와... 인테리어 여긴 되게 아늑하구나"
목조로 지어진 이곳은 곳곳에 놓여있는 열대식물들과 함께 나에게 새로움과 아늑한 기분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프론트에 멋들어지게 수염을 기른 형이 있다. 수염 끄트머리가 왁스라도 바른듯 유광으로 반짝거리는 것 같다.
아마 꾸미기를 잘하는 사람. 나랑은 전혀 거리가 있기에 조금 더 긴장된다.
"어서오세요. 예약하신 이름 말씀해주세요"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고, 나는 금새 긴장이 풀린다.
체크인을 끝내고 간단히 짐만 침대에 던져놓은 뒤 어느 게스트하우스에나 있는 부엌 겸 거실같은 공용공간으로 간다.

문이 있기도, 없기도 한 이곳. 내 발걸음마다 옛 초등학교 교실같이 나무로 된 바닥이 끼익 거리고, 아마 안에 있을 누군가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챌 것이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각에서 사람이 보이는 각으로
마치 내 방인 양 편하게 들어와 이미 그곳에 있던 여행자와 눈이 마주친다.

"엇!.. "

이번엔 프링글스 수염을 한 맥시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당황하지 않는다. 턱주가리만 살짝 앞으로 들어올리며 말한다.
"hey"

"hey"
이럼 인사가 끝났다. 이제 우린 조만간 밥을 나눠먹거나 여행을 같이 갈 수도 있는, 그런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런 느낌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몇천킬로미터 밖의 제3세계에서 이곳까지 어떻게 흘러들어왔는지 정말 하나도 모르지만, 그냥 턱주가리 앞으로 까딱 들고 헤이, 한마디 하고 친구가 된다. 3일간의 친구.

당신의 선악에 대한 가치관은 어떤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제 이런걸 구분하기는 하나?

나는 아무리 좋은 사람도 안좋은 맥락과 상황에서 나와 마주하면 서로에게 인상이 안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아무리 쓰레기같은 범죄자여도 꼬마에게 쿠키를 준다던가 여행에서 같이 즐겁게 맥주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던가 하며 한 사람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정말 그만큼 짧은 시간에 사람을 판단한다.)

그래서 자신이 있었다. 다들 돈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 온 이 상황에서 그들이 나에게 나쁜 사람이 될 일은 거의 없을 거라는 것을. 그래서 여행업은 나에게 그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나도 손님에게 좋은사람. 손님도 나에게 좋은 사람이기에.

저사람이 사실은 자기나라에서 부하를 막대하고 닥달하는 부장이든, 아이를 때리는 가정폭력범이든, 마약을 팔든,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람이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리고 궁금하지도 않다. 왜나면 3일뒤면 영원히 볼일이 없을 테니까.

그러나 가끔 마주친다. 개같은 상황이나 개같은 사람들. 그리고 눈에 선명히 보이는 개수작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면 견디기 힘들정도로 우울한 3주정도의 기간을 보낸다.

그 뒤로 극도로 사람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6개월을 보내고, 본래의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수많은 좋은 사람들을 다시 만나야 조금 리커버리가 된다고 해야하나...


내가 겪은 트러스트 이슈는 6~7가지의 사건을 계기로 일어났는데 일일이 나열하기 귀찮다. 보통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 당연하게 현실에서 일어나고 나조차 이런게 현실이구나 하고 납득할 때 일어난다.

화가나는 과장광고나 캐치 프라이징 운운하며 매일 "~~충격, ~~ 논란"따위를 실어나르는 인스타들도 그렇고.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


이전 들개 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변요한님과 박정민님의 연기가 정말 소름끼친다.
기억나는 장면이 많지만

초반부에 이효민?(박정민)이 마케팅과 이미지 수업에서 교수와 주고받은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교수는 마케팅을 가르치며 '자동차쇼에 레이싱걸이 왜 있는지', 어떻게 현대사회에서 실제에 이미지를 결합하여 물건의 값어치를 올리는지 를 설명한다.

그러자 이효민이 "그럼 결국 사기라는 거네요?" 하고 질문한다.

"사기는 아니지, 자동차를 사면 레이싱걸을 준다고는 안했으니까, 환상을 파는거지"
라고 대답하고

"환상은 결국 실제하지 않는다는 건데, 실제하지 않는것을 파는 것이 사기인 것 아니냐."

교수가 "현대사회에서 이미지 없는 실체가 의미가 있나?"

효민"실체가 기호와 이미지로 대체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조작된 실체가 현실을 왜곡하고 주체를 가상현실에 가둬, 지배계급의 착취 메커니즘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물이 기호화 되면 파국이 도래한다고 보드리야르?(철학자)가 경고했다고 한다."

교수는 학생을 꺼지라고 하고 끝내버린다 ㅋㅋ

근데 가면 갈수록 가치관이 혼란스러워 지는 세상이라 자꾸 저 말이 생각이 난다.

요즘은 펄스널브랜딩이나 온라인 마케팅이 대세인 것 같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다들 정말 최고의 제품을 비싸게 팔지만, 남들이 다 사니까 버는 건지. 아니면 적당한 제품을 마케팅을 통해 비싸게 팔아서 많은 사람들이 사서 돈을 버는 건지 모르겠다.
(팬심에 사는 건 뭐라 할 수 없다 그건 전혀 나빠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시대착오적 떨이제품도 나에게 주어만 지면 무조건 팔 수 있다고 자부하는 세일즈맨들이 득세하고, 결국 책임감이라는 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하긴, 어릴 적 공장생산 제품들이 모두 그 물건을 쓰고 버리는 것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진 거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던 시절의 내가 했을 법한 생각이긴하다. (정말로 그 모든 플라스틱이 어떻게 처분될지까지 다 고려해서 제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돈벌이에 환장한 세상. 이제 온라인으로 통신판매업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 10만개의 상품을 등록시켜두고 도매사이트에서 보낸다. 고객이 질문을 해도 사실 자기 물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답도 잘 못하고. 도매 사이트에서 물건을 내려버리면 주문해도 갑자기 품절됐다고 환불처리 해버리고. ㅋㅋ

근데 적당히 타협점을 찾아야한다. 이런거 저런거 따지면 돈 못번다. "원래 이렇게 해야 맞는 거 아니야?" 에 집착하다보면 PC주의로 빠져버린다. 어쩌면 우리는 그저 지금 용납되고 있는 현실을 좇아야하는 것 같다. 언젠가 그게 용납되지 않을 정도로 의식수준이 향상되면, 또 그땐 그런 시기가 있었씁니다~! 그시절엔 그랬씁니다!~ 하고 치부해버리면 될테니까.

.....라고 생각해도.

참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난 아무것도 못하겠다. 어디 방망이 깎는 노인 밑에 들어가서 평생 방망이만 깎고 예술적인 방망이를 가져다 팔아야 그때 만족할래? ㅋㅋ 올바르게 돈을 벌었다고? ㅋㅋㅋㅋㅋ 만족할리가.


여하튼 돌아가서. 내가 왜 또 적응될 법도 한 이 개같은 현실에서 트러스트 이슈를 겪느냐.

얼마전에 만난 너무나도 착하고 똑똑하고 정말 나랑 성격이 똑 닮은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

나에게 중심을 잡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성경공부를 하라더라고. 근데 성경 자체는 읽어보면

정말 명심보감만큼
이렇게 해라 저건 하지 말아라. 좋은 말이 많긴 하더라.

영미소설 캐치프라이징은 항상 "성경 다음으로 잘팔린 소설" 이었고.
난 그걸 읽을 때마다 사실 성경이 ㄹㅇ 고전중에 가장 고전 CLASSIC 이 아닐까 싶었는데.

어차피 살면서 한번쯤은 읽고싶었으니 흔쾌히 읽고 가서 얘기를 들었다. 그 형은 국립대 신학과를 나온 사람이었고.

뭔가 그럴듯 하면서도 나는 태생이 무신론자라 부처님 말씀이든, 예수님 말씀이든 좋은 건 다 새겨들으려고 한다.

근데 뭔가 나는 그런 자질구레한게 궁금한게 아니라 다른게 궁금했다.

예컨대 불교에서 중생들아....깨달음을 얻어라...라고 하는, 불교에서 말하는 구원? 사람들로 하여금 이루게 하는 경지?는 종교적 깨달음이지 않는가? 세상이 공하다던가..뭐 그런.

근데 기독교에서는 천국가자. 구원받아라. 이런 느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의문이 들었다.

성경에서

왜 바로왕한테? 이스라엘백성들을 탈출시킬 때에는 그토록 철퇴를 내리시고(하나님이)
왜 예수님이 마귀를 만났을 땐 현명하게 피하셨을까? 바로는 인간이고 마귀는 마귀인데. 왜 성불하거나 태워버리지 않으셨지

목적이나 원하는 방향성? 에 맞게 꼭 필요한 힘을 쓰시는 거면 결국 악을 세상에서 멸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선을 더 퍼뜨리는게 목적이라는 건가? 필요악인건가? ㅋㅋ

서양에서는 선악을 명확하게 구분하지만 동양철학에서는 그렇지 않는다고 어설프게 들은바가 있다.

선이 부족한 상태이면 악이고. 사실 선은 존재하지만 악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우리가 형광등을 켜서 방이 밝다. 그건 형광등이 빛을 내서 밝은것이다. 근데 불을 끄면? 어둡다. 어떤 어두움 검은 빛의 형광등이 켜져서 어두운 것이 아니라 빛이 약해져서 어두워진 것이다.

결국 어둠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고 빛의 강약에 따라 드러나는 것일 뿐인 느낌?

몰라 이것도. 내 가방끈이 짧아서.



튼 최근에 본 인간 심리작용 중에 인간은 부정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게 있었다.

스키선수한테 나무를 피해! 라고 하면 스키선수가 나무를 의식하게 되어 오히려 박아버린다는 것이다.

가난하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되뇌일 수록 '가난'이라는 단어만 머리속에 생각하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저쪽 가서 놀아라" 라고 하시지 않고 "선악과를 먹지마라"고 하셨을까.
글케 말하면 ㄹㅇ 자꾸 신경쓰일 꺼 뻔히 아시면서 읍읍

결국 선악과를 만든것도, "선악과를 먹지마라"고 말씀하신것도. 생각해보면 바라시는 바가
너희들끼리 잘먹고 잘살고 소꿉놀이하고 잘살다가 늙으면 죽어서 천국 가.

그게 아니라,,동전의 양면이 있듯, 기분이 나쁜 날이 있어야 더 좋은 날이 있듯, 희노애락이 적절하게 있어야 기쁨도 슬픔도 더 잘 느낄 수 있듯이, 악이 있어야 더 선이 빛나는 거 아닐까. 사실 천국이 정말 천국이 아니라 악을 멀리하고 선하게 살아라는 것 아닐까.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선악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선악과를 먹으면 안돼! 라고 말한시점에서 그 구별이 지어진거 아닌가?


아니 근데 왜. 내가 사이비 종교 만나고 낙심한 썰에서 갑자기 선악에 대한 ...내 아이디어글로 나아갔는지 모르겠지만,

론은 근래에 유행하는 사이비였고

내 질문이 너무...그래서
나에게 전도할 때 더 기반을 착실하게 못쌓았고,
그래서 난 사이비인걸 알아버려서, 너무 혼자 낙심하고 있따 이말이다. 세상에 정말 마음 의지할 곳이 없네.

중학생때 몰몬교 따라가서 영어공부한 경험도 있고, 나란 인간은 뭔가 사이비에 내성이 있나보다. 어쩌면 너무 뿌리깊은 무신론이라 종교 자체에 내성이 있는건가..

여하튼. 당분간 또...이 실망감을 안고 살아가겠구나.

아 그래서 이틀동안 이런 주제에 대한 나의 케케묵은 생각들을 다시 꺼내보니, 돈 많이 벌고 싶다는 나의 열정에 회의감이 든다.

어쨌든 빨리 여행업으로 먹고살수 있을만큼 벌리는 생태계를 구성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만 평생 남도록.

지배계급의 착취 메커니즘에 일조하지 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한국사회에 트러스트 이슈?

안생길 수가 있나. 좋은 사람들은 어디서 뭐하는 지 모르겠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엮이는 건 목적이있는 사람들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