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P/Watson's Watson, 은밀한 언어, 뼈있는 질문, 넛지

일본 알바생을 욕하던 한국 관광객과 전환리액션, 평균 올려치기풍조에 대해.

rowmale 2022. 10. 2. 22:12

일본에 살다보면 금새 얻을 수 있는 능력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인을 구별하는 능력!

 

바야흐로 2018~19년은 코로나도 없는 아주 평화로운 여행의 시대였다.

 

한국 관광객이 일본에 가서 수조원을 썼고, 제일 방문이 잦은 오사카나 도쿄 등지에서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호텔이 들어서던 시기. 내가 일하던 당시에만도 그 해에만 100개이상의 호텔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다. (근데도 방이 부족했을 정도다.)

 

그리고 나는 아주 먼 타국도 아닌, 가깝지만 어딘가 조금 다른. 이 동아시아의 두 나라를 알게 모르게 비교하며 나름 생각의 깊이라는 것을 더해가고 있었다. 

 

그당시에 누군가가 나와 접하게 되면 불매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며 으례 시비를 걸거나,

혹은 일본과 한국의 사소한 문화차이에 대한 우열을 가리려는 시도가 많았다.

 

덕분에 나는 어디 영미권의 나라로 갔다면 "아~ 거긴 그래? 신기하네?" 하고 말았을 여러 상황들 속에서 "걔넨 좀 미개해, 걔넨 선진국 같은데 이런거 보면 또 후졌단말이지" 같은 대사를 항상 받아주곤 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터졌다. 내겐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우린 교토의 상점가에서 철판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와 외국인 친구가 같이 있었고 우린 아무 생각없이 이 더운 날 손에 쥐게 될 아이스크림만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 젊은 남자 서너명이 가게로 들어와 서투른 일본어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누구나 볼 수 있게, 마치 길거리 장사처럼 주방이 훤히 보이는 그 철판 위에서 한국 일본 할 것 없이 우리가 생각하는 정말 뻔한 그림으로 철판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알바생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알바생을 까내리기 시작했다.

 

"야 우리집 앞에 얘가 훨씬 잘한다. 역시 이런 손재주는 한국인이 더 좋지. 얘넨 좀 별로네. 잘 못하네."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

자기 삼촌이 어쩌고 저쩌고 외삼촌이 어쩌고 저쩌고.

 

아.. 그녀가 한국어를 이해 못하기를 정말 바랬다. 그들이 그녀를 심하게 비하할 의도는 없었겠지만 젊은 남학생들? 답게 여러 비속어 섞인 말들을 내뱉고 있었고

 

나는 젊은 일본인중에서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그녀가 알아들을지도 모른다고 주의를 주고 싶었다. 

 

또 이건 올림픽도 아니고, 그저 아르바이트일 뿐이라고. 지불한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될 뿐이지 나라별로, 자기 사돈의 팔촌까지 다 끌어와 비교해서 꼭 우열을 가릴 필요같은 건 정말 손톱만큼도 없다고....

 

하지만 난 말하지 않았다. 왠지 나의 초중등 학생 시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또 내가 그들에게 주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나이가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어릴 적, 이런 대화 본 적 있지 않은가?

 

우리 아빠가 더 쎄

 

우리 아빠가 더 짱 쎄..

 

우리 삼촌이...어쩌고 저쩌고.... 우리 큰아빠가 어쩌고 저쩌고...

 

다 자기이야기도 아니면서. 자기 아는 사람을 거들먹거리며 꼭 그 대화에서 더 큰 임팩트를 줘야한다는 어떤 당위성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게 어떤... 어린시절의 철없는 대화법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아직 너무 생각의 깊이가 얕아서 그런 실수를 해버릴 뿐. 사실 나쁜 사람은 아닐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스크림을 받고 나서도 나는 내심 알바생이 그들이 욕한 걸 알아듣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렇게 나는 국 같이 떠먹는 문화, 밥그릇 들고 밥먹는 문화, 식당에서 담배피는 문화 등등 한일간의 차이를 마주하고 그것에 우열을 따지려는 사람들을 볼 떄마다, 아니 사실 그것은 문화의 차이일 뿐이라고. 누가 죽는 문제도 아니고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오면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게 문화가 되었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과연 이 대화.  어린얘들한테서만 들을 수 있는 대화일까?

 

요즘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물론 어느정도 머리가 크고 나서는 사돈의 팔촌까지 다 끌어오는 버릇은 없어졌겠지만, 비슷하지만 다르게 전개된 작용이 내 눈에 보인다.

 

얼마 전 인스타에서 접한 글인데 전환 리액션이라는 것이 있다.

 

예컨대 누군가, 나 하루에 10시간이나 서서 일해서 너무 힘들어... 라고 말했는데 그걸 들어주는 친구가 "난 12시간 일해, 내가 더 힘들어"

 

이런식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대화의.... 중심을 나로 돌려버린다고 해야하나? 아니 그것보다 더나간다. 그냥 넌 별거 아니야. 내가 더 하면 더 해. 이런느낌. 사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둘의 관계에 따라 이런 식으로 말해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멘토가 학생들에게 더 고생을 하고, 더 큰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장면이라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근데 만약 친구끼리의 대화라면 이것은 분명한 나르시즘적 대화법이고 관계를 망치는 것이다.

 

또한 둘만의 관계만 망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어떤 유튜브 코멘트나 기사댓글에서 볼 수 있는 "방구석 전문가" 방구석에서는 누구나 전문가가 되어버리는 이런 상황들과도 연관이 있어보인다.

 

최근에 읽은 푸념? 중 하나가

 

한국의 제일 개같은 문화는 평균 올려치기라고. 실제 1인당 국민소득 평균은 3만 5천달러에 사실 이건 평균값을 낸 것이고 과반이 넘는 사람이 그 밑의 급여를 받으며 살아가고 200도 겨우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고물가 시대에 매우 많다. 

 

어쩌면 이것이 정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인데, 다들 본인의 평균을 올려치고, 인서울 대학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말하고, 삼각김밥으로 매일 살더라도 명품에 비싼 옷을 입으며 자신이 잘사는 것 처럼... 뭐. 이건 사실 자신의 중요가치관 차이이니 둘쨰치고 여하튼, 넷상에서든 오프라인 상에서든 평균을 올려치는 문화. (근데 오프라인에서는 내 주변에 이런 사람 없다. 같이 안어울려서)

 

그런 풍조가.... 겉만 번지르 하고 내실이 없는 개인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 아닐까.

 

자신의 위치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라봐야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